부제 : 홧병이 이렇게 생기나요?
작년 내내 조직관리 이론을 엄청나게 들여다봤다.
재작년부터 팀 내에서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리딩했고 작년초에는 그 중 한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실무와 동시에 권한 없는 리딩이라니 업무량이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나와 생각이 비슷한 분들이 함께 열심히 도와주셔서
시장에서 어 너네 프로젝트 관심많아 사인하자 단계까지 갔다.
작년 초에는 조직관리 이론을 제대로 된 리딩이 무엇인가? 때문에 공부하고 적용하려고 애썼다면
작년 말부터는 내가 속한 더 큰 조직, 내 부서, 그 이후 회사,가 제대로 된 게 맞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들여다봤다.
나름 오래 다닌 회사고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라 정말 헌신했는데
사인 직후에 리딩 뺏기고 포상마저 다 뺏기고
리딩 잡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욕심 부려서 프로젝트가 통째로 산으로 달려가는 꼴을 보면서도 내가 미련을 못 놓고
옆에서 아무리 그 방향 아니라고 소리질러도
고객과 시장을 향한 방향이 아니고 당장 자기 위에만 잘보이는 방향으로 일이 가버리더라.
시장 특성상 납기가 제일 중요하고 기한 맞추려면 이 요청 절대 다 들어줄 수가 없고 고객과 협의해야한다고 해도
안된다는 소리 아예 듣기 싫다고 찍어눌러서 다 된다고 하라고 하면서 리딩은 바꾸더니
지금 당연히 모든게 실제로는 안되는 상황에서 두들겨맞는 자리에서 나를 치워주지도 않는데
정말이지 버틸 수가 없었다.
다른 것보다 엔지니어로서 양심이 있는데 데이터 조작해서 내보내야하고 이런 부분이 대단히 마음이 안 좋았다.
그간 고객과 정직하게 논의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들이 망쳐놓은 일정을 저렇게 오늘만 사는 방식으로 때우려고 하더라.
내 이야기는 하나도 안 들어놓고 책임은 내가 져야해?
원 조직에서 당연히 나를 지켜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고객과 타부서들이 내 성과를 더 알아주는게 참 아이러니하지.
내가 조직을 떠난다고 하니 고객사에서 웃으면서 너네 경쟁사로 가냐고 너 없으면 이 프로젝트 다시 생각해볼거라 하던데도.
물론 결정적으로 퇴사를 마음먹은 계기는
이런 일이 회사 전체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 이 회사 곧 망하겠구나 하는 촉이 왔기 때문이지만.
정말이지 모든걸 너무 오래 참았다.
차라리 작년에 포상 뺏길때 퇴사하던가 부딪혀서 프로젝트를 떠났으면 이렇게 오래 고통받지 않았을텐데
아무리 퇴사 마음먹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도
그냥 생각할수록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곱씹지 말아야 하는데 곱씹게되네.
일이 나는 아니다.
아는데, 그런데 정말 안타깝다.
그냥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이렇게까지 서럽지 않았을텐데 나는 가능할 것 같은 일이고 나름 임팩트가 큰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그 작은 종이배가 고작 개인들의 이기적인 이해관계들 때문에 산으로 돌진하는걸 보고있는게 참 서러웠다.
그리고 난 그 각자의 이기적인 동기도 다 알고 있다. 자기의 이번달 광팔이가 중요하기 때문이지.
이 종이배를 너무 사랑했지. 지나치게.
이제는 드디어 슬슬 이 길이 아닌가? 느끼고 있으니 어떻게든 바다로 가긴가려나. 과연? 골든타임 다 놓친 후에?
하지만 나는 이미 다 타버렸고 재가 되었다. 건강 잃은건 덤이다.
퇴사 결정하고 매일매일 산책하면서도 아 날씨 너무 좋은데 아니 근데 씨발!의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지나가다 우연히 이 글을 만나신 분이 있거든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어떻게 해야 진정할 수 있는지 조언 얹어주고 가시길 바라나이다.
차라리 나중에 회사 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좀 마음이 나아지나요?
다른 것보다도 이 마음에 오래 사로잡혀있는게 나의 넥스트 스텝에 좋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글로 쓰는 이유도 뭐라도 셀프테라피가 될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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