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주의, 분노 많음 주의*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다양한 여행을 많이 다녔다.
혼자,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여행한 사람들의 국적도 제법 다양하다.
분명 말하는데 이 글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지 <한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니면서 느낀 건 같이 여행하기에 불쾌한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거다.
솔직히 다른 때보다 패키지 여행하면 그 참담한 꼴을 참으로 많이 보게 되는데 오늘은 다니면서 겪었던 몇가지 예시들을 적어보려고.
참고로 아래 쓴 내용은 모두 내가 직접 겪은 실화다.
나도 어딘가에서는 이런 사람이었으려나 싶어서 쓰면서도 나를 되돌아보는 중.
이거 하나로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많아서 두 편으로 나눠서 써야겠음.
1. 계급적인 사람
동남아나 남미나 하여튼 우리나라보다 GDP 낮은 국가 가면 꽤 자주 보이는 사람들인데, 남들의 인생을 자기 멋대로 평가한다.
이 나라 사람들 가난해도 행복해 보여 라든가
참 욕심이 없네 라든가
불쌍하니 내가 적선해줘야지 라는 마인드나
대체 타인의 삶을 왜 멋대로 재단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자기가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그 나라 사람들이 나에게 이정도 대접해주는건 당연해 혹은 다른 나라 사는 사람들을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구경하는 것까지 가는거.
당신들 뭐 돼?
그리고 심지어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급을 나누려 든다.
우리 집이 어디에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당신이 그러면서 한 턱 크게 쏘면 뭐라고 안하겠습니다만 그래서 뭐 어디 사는데 어쩌라고요. 나랑 또 볼거 아니잖아.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도움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예를들어 자기 체력에 안맞는 무거운 캐리어 들고와놓고 자기는 나이 많고 약하니 계단 있으면 남들이 들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도의상으로 도와드리는건 충분히 가능한데 도와드려도 고맙단 말씀 하나 없고 그냥 두고 계단 위로 혼자 사라져버리시면..
2.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
그런데 또 반대급부도 있다. 진짜 더럽게 인색한 짠돌이들. 특히 자잘한 이용료와 팁.
여행 비행기표에는 왕복 200만원씩 태울 재력이 있으면서 한화 300원짜리 유료 화장실 이용료는 또 반값으로 깎았다고 좋아하는거.
문화는 각국에서 다르고, 한국에서 당연한게 외국에서 당연하지 않다.
공짜 물, 공짜 화장실이 한국에서 당연하다고 물값 자릿값 받는 놈들은 다 사기꾼이고,
1000만원씩 바꾸는 것도 아니고 많아야 한 10만원 바꾸는건데 환율 약간 나빠졌다고 아깝다고 환전도 안하고 동행인을 굶기는 사람들.
기사가 나를 태워주고 차에 짐 실어주는건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팁 조금 주는게 아까워 미치려는 사람들.
이건 내 애인 이야기인데 그리스에서 한 대화가 있다.
애인 : 근데 그리스 물가에 비하면 박물관 값 좀 비싼 것 같아.
나 : 적어도 이 나라 박물관은 자기들꺼야. 어디같이 죄다 장물이 아니고. 난 이정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해.
물론 내 애인은 말을 저렇게 한 적은 있어도 실제 돈 내는데 있어 절대 인색하지 않고 내가 저렇게 대꾸했을때 아 그렇네, 하고 인정하는 사람이라 앞으로의 미래를 꿈꾸고 있지만.
이게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까운게, 고작 돈 몇푼에 자기의 기분과 여행을 망친다는거다.
돈 이미 많이 들여 여행 왔는데 확실한 증거도 없이 모든 사람들을 사기꾼으로 의심하고 경계하고 살면 불행하지 않나?
3. 까다로운 사람
까다로우면, 징징대지 말고 돈을 많이 써라.
아끼는건 다 아끼고 싶은데 침구류는 깨끗해야 하고 푹신해야 하며, 음식은 다 자기 입맛에 맞아야 하고.
심지어 배낭여행 컨셉 패키지 와서 교통체증 때문에 사람이 버스 10분 기다리게 했다고 격노하는 사람들.
싸게 여행하고는 싶은데 버스가 충분히 안락하지 않다고 가이드 쥐잡듯 잡는 사람들.
2성급 호스텔 갔는데 방음이 안되어서 잠을 못 잔다는 사람들.
나는 개인적으로 식품위생에 까다로운 편인데 그래서 동남아같은데 가서 상대적으로 비싼 레스토랑 가는데에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그런데 가서 길거리 음식값을 바라지도 않고.
그리고 고작 3박4일 여행에서 그 나라 음식 못먹겠다고 그나라 식당 가서 한국 김치랑 장아찌 바리바리 펼쳐놓고 먹지도 말고
밥밖에 못먹겠으니 거기서 팔지도 않는 공깃밥 달라고 해서 직원 밥 뺏어오지도 말고.
나는 왜 동남아 패키지가 꼴랑 3박4일에 매일같이 한식이 껴있나 의문이었는데 이 사례를 코앞에서 보면서 기함했다.
아니 내가 뭐 걍 밥도 같이 나오는 집에서 살짝 밥에 고추장 비벼먹는거까지 뭐라 하냐고.
애초에 타국의 문화를 제대로 즐길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는데 여행하는거 자체가 좀 신기하긴 했다.
*
물론 나도 까다로운 사람이다.
이 저 모든 일들을 아 저사람은 저런가보다 하고 넘기지 못하고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속으로 화내는 나를 보면 이런 면에서는 나도 무던한 사람은 아닌듯.
어쨌든 까다로운 내 남들 험담 이야기는 2편으로도 이어진다.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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