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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23년 6월 서퍼의 꿈을 꿨던 이야기 희망편

by 김반야 2024. 4. 16.

이번 시즌에 서핑을 새로 시작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면 작년에 내가 서퍼가 되려다 결국 실패한 이야기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즐거웠다!

어느 순간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주 어릴 적의 나는 바다를 좋아했다. 왜? 뒷감당(aka.모래, 빨래)은 내 몫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크면 클수록 그 뭐랄까 소금기 다시 씻어내고 빨래하고 사방팔방에 모래 끼고 그 모든게 제법 귀찮고 지겨워졌다.

그러느니 바다는 구경만 하고 계곡을 가지? 라고 한동안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

어이 내 파도가 제법 재밌는데 타보지 않으련? 주변 분위기도 제법 괜찮단다?

 

여름밤 이런 분위기를 어찌 안 사랑하랴

 

그리하여 갑자기 작년(23년) 3월부터 으아악 올해 내 목표는 서핑이야! 하고 불이 붙어서 3월부터 6월이 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내가 서핑과 아예 연이 없었냐 하면 몇년 전 베트남 다낭에서 1회 체험서핑을 했고 파도 위에 몇번 올라선 경험은 어렴풋이 있었기에 아 올해의 새로운 아웃도어 운동은 서핑이다. 너다. 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서핑의 꿈을 꾸었다.

다만 서핑은 혼자 하기엔 금전적 부담이 제법 있는 운동이었다.

일단 멀리 가야해서 숙박비도 그렇고 차량 문제도 그렇고 레슨비도 그렇고.

근데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주변에 연락 돌려서 서핑 관심 있으신 분~ 했더니 냅다 의욕 가득한 5인팟이 생성되어

이건 된다. 이번 시즌 다같이 서핑보드 죽어라 타보자. 하고 현충일 연휴부터 시즌 오픈 해서 주말마다 서핑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단체로 여러번 예약하면 서핑샵과도 약간 딜이나 수업 스케줄 조정을 할 수 있었기때문에 더 좋았고.

 

내가 닦달했다. 얘들아, 몇박 며칠 지옥의 서핑캠프를 간다. 미리 몇주전부터 운동 시작해라 근육통으로 수업 다운되고 싶지 않으면.

서핑샵 사장님이 내가 말하기 전까지 우리 일정과 계획만 듣고서는 남성 5인조 극기훈련 파티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동안 고프로도 사고 자외선차단지수 70짜리(한국에 안팔아서 직구했다)에 워터프루프 썬크림도 사고 웻수트도 사고 서핑햇도 사고..

 

근데 7월 8월 동해 서핑은 파도 운이 나쁠 확률이 아주 높으니 할거면 더 일찍.

하려고 좀 알아봤더니 서핑은 동해에서 할거면 5월 내지 6월에는 시작해서 7-8월은 남해라든가 남해 같은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왜? 한국은 여름에 남풍이 분다. 기억나십니까? 북태평양 기단. 다만 동해는 거 호랑이 목이 등에 비해 오목한 바, 남풍이 불면 태백산맥께서 바람을 가리사 동해 파도가 사라진다. 

 

어쨌든 6월은 그래도 파도가 제법 있으나 또 한가지 문제가 있으니 날씨는 따뜻해져도 동해바다는 6월에도 제법 차다. 

맨 수영복으로는 해수욕 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차다. 위 사고 사고 목록에 웻수트가 있었던 이유다. 이 웻수트는 뒤에 쓰겠지만 우여곡절이 많다. 

 

6월의 동해바다, 그리고 양양은 아주 아름답다.

6월의 동해바다 그리고 서핑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바다라 바닷물이 아주 맑고 색이 정말 예쁘다. 끝내주는 사진이 나온다. 다만 끝내주는 사진 찍기 쉽지 않다.

왜냐면 초보들은 일단 올라타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서핑이 생각보다 손발 다 쓰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솔직히 바다 위에서 하는 버피테스트다) 핸드폰 및 고프로 가져가도 여차하면 동해바다 용왕님께 헌납하는 수가 생긴다. 

그리고 초보들은 올라타도 폼이 영 간지가 난난다.

그렇지만 나처럼 엎어져서 적당히 파도도 없는데 파도 보는 척 하면서 찍거나 모래밭에서 보드 세워놓고 찍으면 뭐라도 된 것 같고 아주 뿌듯하다. 

 

6월의 태양은 아주 작살난다.

현충일 연휴 며칠만에 사람이 새카맣게 된다. 근데 안 탈 수가 없다.

일단 물에 있는 시간이 매우 길고 보드와의 마찰도 제법 많다보니까 썬크림 열심히 발라도 다 날아간다.

그리고 한국은 비 많이오는 7-8월보다도 5-6월의 자외선 지수가 훨씬 높은데 우리는 동해에서 서핑을 하잖아? 파도를 봐야 하잖아?

오전에는 바다를 바라보니 해를 보고 그렇다고 오후에는 해를 등지냐, 파도를 잡아서(사실 제대로 안잡히는 경우가 훨씬훨씬 많겠지만) 앞으로 나가려고 보면 해가 정면에서 기다리고 있다.

해를 보기만 하나? 해가 하늘에서도 바다 표면에서도 반짝반짝 아주 사방팔방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거 장점 맞아? 할 수 있다. 무료 선탠. 

웻수트 목 경계로 탄곳 VS 안 탄곳

 

그러니까 이건 꿀팁인데, 사진 찍고 싶으면 서핑하기 전에 찍어야한다.. 일단 물에 빠지면 머리카락부터 엉망되고 볼도 다 타서 볼터치가 따로 필요 없이 붉어진다. 

 

그리고 서핑은 아주 재미있다.

내가 혼자 파도를 잡을 줄 알았으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체험 서핑 할때는 잘도 올라탔는데 몇년 지났다고 나이먹어서 안되는건가 정말 생각보다도 안되긴 했는데 그래도 즐거웠다.

딱 파도 잡혀서 앞으로 쭉 나가는 순간에 느끼는 기쁨은 엄청 무거운 서핑보드를 끌고 파도에 얻어맞으면서 라인업까지 끌고가는 고난을 잊게 한다.

그리고 그간 운동 안했던 자는 다음날 코어에 엄청난 근육통을 얻게 되리라 감히 예언한다. 

 

 

하세요 서핑. 근데 다음에 적을 절망편도 읽어보고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