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간' 원두를 선물받은 사람들에게 올립니다.
커피는 맛있지만 번거롭다.
원두를 갈고, 머신을 세팅하고, 그리고 일단 내린 후에 청소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야. 이게 문제임.
모닝 커피 한 잔 쭉 들이켜야 카페인하이 오면서 하루를 시작할 맛이 날 것 같은데, 아 저 모든 일을 출근준비로 바쁜 아침에 하자니 이건 커리어우먼의 로망이고 나발이고 하기 번거롭다. 대단히.
아 근데 이거, 커피를 갈아주는 방법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혹여 로스티드 빈 선물받으신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이 방법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내가 갔던 숙소에 굉장히 막 간 것 같은 좋은 퀄리티의 향이 폴폴 나는 간 원두와, 남이 쓰던 커피포트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내 지론 이 둘이 충돌하면서 생겨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법 간편하고 맛있으니 너무 번거로우면 종종 이렇게 해 드세요.
참고로 이 커피는 대단한 맛집이었음.
전자레인지로 커피 끓이는 방법은 아주 쉽다.
1. 전자레인지인지 전자렌지인지로 컵에 원하는 양만큼 물을 끓인다.
- 여긴 미국이라 와트가 세서 하여튼 한 3분이면 한 컵 끓더라. 오래 끓이는건 상관 없다. 안뜨겁게 끓이는게 문제지.
2. 그 물에 간 커피 원두를 원하는 만큼 넣는다. 하나도 안적셔진 원두 없게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적당히 떠다니는건 일단 냅둔다.
- 나는 테이블스푼으로 2개쯤 넣는다. 좀 진하게 마시는 편. 연하게 마시는 친구는 한 숟가락.
3. 다시 전자레인지 안에 넣고 <눈을 절대 떼지 않고> 20~30초쯤 돌린다. 끓어넘치기 직전에 반사신경 발휘하여 끈다.
- 눈을 떼보면 안다. 출근길에 전자렌지 청소도 해야함.
4. 꺼내서 숟가락으로 한번 더 휘휘 저어놓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면 그 사이에 위에 떠서 못먹을 것 같았던 원두쪼가리가 다 가라앉아있다. 반 이상 식을 때까지 지나치게 오래 두면 너무 많이 우러나서 맛없다.
5. 호롭 마신다. 너무 뜨거우면, 어차피 아침 카페인 충전용인데 뭐 어때, 찬물 조금 타세요.
6. 물 틀어서 컵 한번 휘휘 휘저어서 컵 대충 헹궈두고(행구다x) 출근한다.
어차피 간 원두는 안 마시면 빠르게 똥 된다. 이렇게라도 빨리빨리 마셔 소진하시길.
아 참고로 위 레시피는 핸드드립용으로 간 원두 기준인데, 아무래도 에쏘용으로 갈아서 주는 손님은 없을테니까 어지간하면 괜찮지 싶다.